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을 뽑고 평가하고 지도하는 것이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내가 일 잘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가리는데 사용하는 몇가지 잣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눈이 얼마나 반짝반짝 하는가’이다.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어떤 분이 ‘반짝이는 눈’에 대해 얘기하면 속으로 ‘웃기고 있네.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어떻게 눈이 반짝이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다보니 이젠 나도 ‘반짝이는 눈’을 믿게 된 것이다.

반짝이는 눈을 가진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내 일의 가장 즐거운 부분 중의 하나다. 대체로 그들의 반짝이는 눈은 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뭔가를 더 알아내고 더 잘 해 내려는 목마름, 그리고 열정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눈이 반짝이던 한 직원은 한달에 한번씩 있는 나와의 일대일 면담 때마다 미리 얘기할 내용을 깨끗하게 정리해 둔 노트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회의실에 들어서는 나를 특유의 그 ‘반짝이는 눈’으로 반기곤 했다. 그는 항상 나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진행과정이나 방향, 어려움, 계획 등에 대해 빠짐없이 보고하고, 내가 도와줬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있게 피력했었다. 때로는 내가 그에게 “No” 라고 말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가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각을 가지고 와서 내 의견을 구하고 더 나아가 나를 challenge하기까지 하는 것이 너무도 기특하고 고마웠다. 자연히 나 역시 그와의 일대일 면담을 고대(?)하곤 했었다. 물론 이 친구는 굳이 다음 면담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더 많았지만.

반짝이는 눈은 사람을 더 신뢰하기 쉽게 만들고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반짝이는 눈은 자신감의 반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일수록 외모와 상관없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것 같다. 내가 함께 일하던 업계의 한 지인은 그런 이유로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일의 특성상 힘있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도 많이 해야하는 입장이었지만, 그가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 일에 대한 본인의 확신과 강한 믿음이 반짝이는 눈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가 아무리 조심스럽게 소근소근 말을 하더라도 그 말에는 신뢰가 가고 그 사람은 더 매력적으로 보이곤 했다.

반대로 자신감이 없고, 열정과 확신이 없는 눈을 볼때면 마치 눈동자에 회색빛 베일이 덧씌워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한 직원은 나와 면담을 할 때면 눈꼬리가 내려가고 전체적으로 눈동자마저 작아졌었다. 그는 간헐적으로 나와 눈이 마주칠 뿐 대체로 시선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주로 아래쪽을 내려다 보는 경향이 많았다.

가끔 나는 ‘내 눈은 지금 반짝이고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일이 매사에 다 잘 풀리고 하는 일에 거침이 없을 때야 별 상관이 없다. 문제는 내가 답을 모르거나 일이 암초에 부딪쳐 진척이 없을 때다. 그럴때도 과연 내 눈은 반짝일 수 있을까? 그럴때면 나는 한번씩 거울을 들여다보며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한다. 내 눈이 광채를 잃은 것 같다고 느껴지면, 긍정적인 마음과 내 일에 대한 확신을 스스로에게 주입하려고 자기 최면같은 것을 걸때도 있다. ‘비록 일이 잘 안풀리는 것 같지만, 이 길이 옳은 길이야. 그리고 언젠가 이 터널을 지나고 나서 뒤 돌아보면 ‘덕분에 또 하나를 더 배웠구나’ 라고 말하게 될거야’ 라며.

눈이 반짝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도 더 반짝반짝 밝아질까?

(2014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