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동호회 중에 ‘다독다독’이라는 독서모임이 있다. 분기별로 함께 정한 추천도서 한권과 자신이 개인적으로 선택한 책 한권을 읽고, 다 같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책 이야기도 나누고 수다도 떨고 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름 한번 잘 지었다. 다독다독… 왠지 따듯한 느낌이다. 책을 많이많이 읽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모임의 마지막에는 항상 다음 분기에 읽기 위해 구매할 추천도서를 무엇으로 할지 논의한다. 올해 분기별 추천도서 주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김영하의 작품’, ‘러시아 고전문학’등이었다. “다음 분기는 어떤 주제의 책을 함께 읽을까요?” 그때 모임의 회장인 I님이 제안했다.

“우리 이번에는 태진님이 추천하시는 책 중에서 하나씩 골라 읽기 하는건 어떨까요?”

그러자 다른 회원들이 맞장구를 친다.

“그거 좋은 생각 같아요. 명칭도 ‘태진님의 서재’ 이런 식으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고.”

아마도 나와 함께 하는 마지막 모임이기에 특별한 제안을 해 준 것 같았다. 살짝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러자고 했다.

어떤 책을 추천하지? 그러고보니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딱히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좋았던 책들은 무엇이 있나? <모모>, <어린왕자>, <데미안> 같은 어릴 때 읽었던 책들부터 <오직 두 사람>, <자존감 수업>, <Talking to Strangers> 등 최근에 읽은 책들까지 떠올려 보았다. 다행히 나는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문구에 줄을 치고 다 읽은 다음에는 줄친 부분이나 내 느낌 등을 간단하게 메모해 두는 습관이 있어서 읽었던 책을 기억해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 동료들에게 추천할 ‘태진님의 서재’ 목록이 아래와 같이 완성되었다.

*** 태진님의 서재 ***

<Predictably Irrational>, Dan Ariely제가 좋아하는 Duke 심리학 행동경제학 교수님의 책입니다. 사람의 심리에 대해 아주 재미있고도 읽기 쉽게 글을 쓰시는 분인데, 읽으면서아하!’ 하는 때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은 대개 스스로 아주 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너무도 뻔하리만치 비합리적일 때가 많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됩니다.

<David and Goliath>, Malcolm Gladwell – <Outlier>, <Tipping Point> 등으로 유명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책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장점인 같은 특성이나 환경이 어떻게 사실상 약점일 있는지, 혹은 반대로 겉보기에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어떻게 사실상 장점이 있는지 등을 다양한 사건과 역사적 사실 등을 토대로 무척 재미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Modern Love> – New York Times 15 장수 인기 코너 ‘Modern Love’ 기고되었던 중에 가장 재미있고 독특한 이야기들을 모아 펴낸 책입니다. 각각의 글이 3-4페이지에 불과해서 지하철에서 출퇴근 길에 쉽고 재미있게 읽었더랬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있는 모든 형태의 사랑, 혹은 이상의 다양한 인간관계들에 대한 기고자 개개인의 실제 이야기들이 여느 소설보다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The Last Lecture>, Randy Pausch카네기멜론 대학교의 Pausch 교수님이 췌장암을 진단받고 돌아가시기 마지막으로 하셨던 강의 내용에 기반해서 만든 책입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진심에서 우러난 이야기들이 읽는 내내 제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물짓게 만들었었습니다. 책을 읽고나서 교수님이 비슷한 내용으로 강연했던 동영상 등도 찾아보며 한동안 감동에 젖었었던 기억이 납니다.

<Justice>, Michael Sandel한때 한국에서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버드 대학교 Sandel 교수님의 강의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고대 철학자에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점에서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조명한 책인데, 같은 사안을 정말 다양한 관점에 따라 달리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Chasing My Cure>, David Fajgenbaum 모교인 University of Pennsylvania 젊은 의과대학교수가 Castleman disease라는 희귀질환으로 몇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치료법을 찾아가던 경험을 담은 자서전 성격의 이야기입니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한번 생각해 보게 하면서, 우리가 몸담고 있는 drug discovery 얼마나 뜻깊고 중요한 일인지도 깨우쳐주는, 그러면서도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골든아워>, 이국종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외상외과 분야의 선구자인 이국종 교수님이 척박한 한국의 현실 속에서 중증외상치료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 이야기가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는 책입니다. 읽다보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거대한 간극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한편, 본인의 의지를 끝끝내 불들고 놓지 않는 선각자의 끈기와 신념에 감탄하게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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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추천을 하고 나서 내가 써 놓은 목록을 다시금 보니 ‘나’라는 사람의 관심사와 성향 등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리스트를 통해 거꾸로 엿볼 수도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많고 많은 추천도서 목록이 있지만, 결국 사람이 좋아하게 되는 책은 ‘어떤 유명한 사람이 추천한 책’이 아니라, 내가 읽고서 많이 공감할 수 있거나, 느끼는 것이 많거나, 즐겁고 행복해지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전혀 안읽어보던 부류, 관심없던 주제의 책을 한번씩 읽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나의 경우 그럴 때 읽다가 너무 재미가 없고 진도가 안나가면 과감하게 마저 읽기를 포기하기도 하지만 가끔 의외로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신나기도 한다. <금융의 모험>이라는 책에서는 책읽기의 장점을 좋은 금융자산에 빗대어 이렇게 말한다. “사실 가장 좋은 종류의 자산은 이미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는 아주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이다. 그러한 자산이 나의 포트폴리오 안에 들어오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지킬 있다.마찬가지로삶을 가장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관계는 일상적인 경험을 뛰어넘어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관계금융용어로는상관성이 불완전한 자산들 (Imperfectly correlated assets)”이다라고.

퇴근길에 책방이나 한번 들러야겠다.

(2019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