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I사에 대한 입사를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연봉은 도대체 얼마나 받게 될까? 벤처회사가 외국계 글로벌 기업에서 주는 연봉 수준을 맞추기 힘들 거란 건 대충 짐작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날 것인지는 전혀 감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조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니 스톡옵션(stock option)이 핵심이란 것이 금세 분명해졌다. 연봉은 줄어들겠지만, 대신 stock option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데 문제는 이 stock option의 가치가 과연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사실 stock option은 이전 직장들에서도 보상체계(compensation package)의 일환으로 받기는 했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100조 원에 달하는 데다 주가가 그리 많이 오르내리지는 않는 회사의 특성상 stock option이 딱히 큰돈이 되지는 않았었다. 반면에 이들 회사에서는 stock option에 더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stock grant라는 제도도 운영했는데, 이건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stock option과 달리, 아예 주식 그 자체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대개 RSU(Restricted Stock Units)라는 형태로 부여하는 stock grant는 회사가 망해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지 않는 한 설령 주가가 내리더라도 가치가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한 그 가치는 쉽게 금액으로 환산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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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회사에서 제안하는 이직 조건이 합리적인지 따져보려고 stock option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었다.

도대체 이게 많은 거야, 적은 거야?

제시된 stock option의 가치와 급여를 합산해서 그 금액이 대략 내가 받던 연봉과 비슷하면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해도 딱 부러지는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회사에서 받던 명확하게 숫자로 떨어지는 총 보상(total compensation)의 크기와, 회사의 성과에 따라 그 결과가 고무줄과도 같은 스타트업에서의 보상의 크기를 직접 비교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마치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처럼 (apple to orange comparison) 별로 의미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얼마간의 수소문과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내가 하기에 달렸다’였다. 사실 내가 기존 직장에서 받는 총보상의 크기는 대체로 한정되어 있었던 반면에, 이곳 스타트업에서는 어떻게든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과 열정을 바쳤을 때 내가 거둘 수 있는 보상의 크기에 이론적으로 한계는 없기 때문이다. The sky is the limit!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더 이상 이리저리 따져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할 분이 존경할 만한 분인지, 그리고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나 비전이 나와 맞는지’였다. 이것에 대해서 좀 더 숙고해 본 다음에 더 이상 앞뒤 따지지 않고 합류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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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stock option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것들은 있다. 예컨대, 회사가 임직원에게 부여할 수 있는 stock option의 총 숫자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그래서 회사는 성장계획에 맞춰서 인재영입에 대해서도 미리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계획할 필요가 있다는 것, stock option의 부여는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 stock option의 행사 가격은 각 funding 단계에서 결정한 회사의 가치에 직결되므로 회사에 합류하는 시기가 대단히 중요할 수 있다는 것 등등.

‘Stock option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때에만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나 같은 스타트업 문외한들이 이 업계에 뛰어들지 말지를 고민할 때 그것이 본인에게 맞는 결정인지 판단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가장 중요하고도 유용한 질문을 제공하는 셈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주어지는 일만 하면서 따박따박 월급 받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줄어드는 연봉과 장기적인 고용의 불안정성을 감수하면서 스타트업으로 오는 것보다는 기존의 동종업계 내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옳다. 회사로서도 급하게 사람을 뽑았다가 그 사람이 금세 회사를 나가기라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면으로 대단히 손실이고 민폐이기 때문에 사람을 뽑을 때 과연 이 사람이 정말 진지하게 우리와 함께 회사의 가치를 높여가는 여정에 같이 할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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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합류하고 나서 나도 곧장 인재 유치에 나섰다. 특히 최고의 석박사급 연구인력으로 구성된 우리 회사에 부족한 사업부문의 인력들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 과제였다. 기존에 내가 놀던 물에서 알고 있는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서 드림팀(dream team)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주로 글로벌 제약업계에 몸담고 있는 인재들이었다. 이들에게 스타트업의 매력과 우리 회사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대개의 사람들은 관심을 나타낸다. 그리고는 항상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연봉은 어떻게 되나요? 그 stock option은 얼마의 가치가 있는 건가요?

Deja vu… 나는 내가 이곳에 합류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과 대답을 읊조리기 시작한다.

음…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202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