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신입사원 J와 Coffee Chat을 하다가 ‘이 바닥에서 롱런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직장생활이 처음인 신입사원의 열정과 호기심이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대답을 하려고 잠시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음…”

문득 내가 첫 직장에서 나름대로 정립했었던 ‘직장에서 Ace가 되는 법’이 생각났다. 신입사원의 티를 벗기 위해 좌충우돌하며 배운 교훈들을 내 나름대로 ‘Ace’라는 단어의 철자에 맞춰서 정리한 나만의 비법(?), 나 스스로에게 세운 원칙 같은 것이었다.

직장에서 ACE 되는

1. A (Action-orientation, aka. Proactiveness)

C사는 국내 대기업 중에 가장 먼저 “OO님” 호칭을 도입할 만큼 수평적이고 열린 문화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특유의 수직적 위계질서는 존재했다. 회사의 결정이 top-down 방식으로 내려오면 사람들은 상사의 지시를 받아 일사불란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나도 그런 업무방식에 점점 익숙해지다 보니 상사가 시키는 일은 잘 하지만 시키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사실 상사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더 그렇다. 현장이나 실무에 대해서 부하직원보다 더 모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가 모든 일을 A부터 Z까지 일일이 다 지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만약 직원들이 지시받은 일만 수동적으로 한다면 그 조직은 언젠가 어디선가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신입사원은 흔히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하나하나 상사의 지시를 받아가며 일하는 것이 어쩌면 처음에는 당연하다. 하지만 지시받은 일만 잘하는 사람은 Ace가 되기 어렵다. 일일이 지시받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빛난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왜(Why) 그 일이 필요한지’ 이해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리고 일단 어떤 일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했다면 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자기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Ace의 자격이 있다.

2. C (Communication)

그런데 아무리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도 ‘일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소통을 잘 못하면 그렇다.

신입 연구원으로 한동안 일하다가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게 된 나는 나중에 연구소장님을 보좌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연구소 내부의 자체 과제뿐만 아니라 회사 밖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연구며 본사 여러 부서와의 업무조율 등등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다. 거의 매일같이 밤늦게 야근하면서 진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연구소장님이 나를 찾으시더니 불같이 화를 내셨다.

함 군은 요새 도대체 뭐 하고 다니는 거야?

그때 정말 서운했다. 내가 얼마나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 하고 있는데 그것도 몰라주시고… 너무 야속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깨달았다. 내가 요즘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현재 진행상황이 어떠하고, 앞으로의 계획이 어떠한지 등에 대해 연구소장님께 충분히 보고하거나 상의드리지 않고 있었다는 걸.

만일 똑같이 열심히 일하는 두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자신의 일의 계획이며 경과 등에 대해 주위에 잘 알리고 활발하게 소통하며 업무를 추진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누가 더 인정받을까? 뻔한 일이다. 잘 소통하는 사람이 당연히 더 인정받는다. 회사 동료는 부부나 연인 사이처럼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통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니깐.

3. E (Enthusiasm)

마침내 나도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일하게 되었을 때 다행히도 우리 팀에는 일일이 시키지 않아도 자기 주도적으로 알아서 일 잘 챙기고 (Action-orientation), 업무의 현황이나 계획에 대해서 소통도 잘하는 (Communication) 성실하고 능력 있는 직원들이 많이 있었다. 나에게 이미 그들은 Ace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은 “일은 그저 일일 뿐”이라는 다소 무심한 태도를 갖고 있었던 반면, 다른 한 명은 일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넘쳐났다. 자신의 일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누가 나에게 더 Ace였을까? 뻔한 일이다.

***

Action. Communication. Enthusiasm… 이 세 가지를 잘하면 Ace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신입사원 J는 기뻐하며 눈을 반짝거린다. 내가 설명하느라 칠판에 끄적거려둔 것을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하지만 사실 ‘이 바닥에서 롱런하는 비결’이 이것뿐이라고 하기엔 몇 가지 더 보태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A.C.E. 는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마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것처럼 ‘ACE=성공(혹은 롱런)’도 아니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신입사원에게 천기누설을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는 법.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일단 이것부터라도 한번 열심히 해 보아요~~.

(2021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