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 1.

서현이 손바닥에는 굳은 살이 있다. 아마도 아파트 놀이터에서 워낙에 매달리고 기어오르는 것을 좋아해 생긴 것 같다. 조그만 녀석의 손에 굳은 살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우스워 죽겠는데, 며칠전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놀이터의 Monkey bar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떨어지곤 하던 서현이가 며칠전에는 한칸 앞으로 가는데 성공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가는 것에 재미를 붙인 서현이는 내친 김에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가 보겠노라고 쉼없는 도전을 시작했다. 가다가 떨어지고 또 몇칸 가다가 떨어지고. 거의 9시가 다 되어가도록 이어지는 끝없는 도전. 우리같으면 이미 지쳐서 뻗어버릴 것 같건만 서현이의 도전은 멈춤이 없었다. 마치 뭔가에 중독이라도 되어 도저히 그만 둘 수 없는 것처럼.

그리고는 결국은 기어이 해 내고 말았다. Monkey bar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완주(?)에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축하의 박수, 짝짝짝~! 그런데 한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못하는 서현이는 그러고 나서도 계속해서 몇번의 monkey bar 왕복을 해 보였다. 무서운 녀석. 그런데 결국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손에 물집이 잡혔다가 그것이 그만 터져서 껍질이 까져버린 것이다. 아이고 얼마나 따갑고 아플까? 왕방울만한 눈물을 흘리면서 그제서야 집으로 가는 것에 동의한 우리 서현이를 보면서 ‘이 녀석 집념이 정말 대단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집념 2.

올 여름엔 아파트 수영장의 season 권을 끊어 날이 왠만큼 춥지 않으면 수영장으로 향한다. YMCA에서 수영을 몇달째 배우고 있어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이제 물을 겁내지 않고, 제법 수영 비슷하게 풍덩거리며 잘 노는 서현이다. 하지만 아직은 noodle 이 있어야만 수영이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예진이라는 이웃 언니한테서 잠수하는 법을 배워서 요새는 물속으로 잠수를 하며 논다.

하루는 수영장에 같이 놀 친구가 아무도 없길래, 내가 함께 물에 들어가 놀아줬는데 물속에 잠수를 해서 제법 잘 놀길래 ‘음~파!’하고 숨쉬는 법을 가르쳐줬다. 몇번의 연습으로 재미를 붙인 서현이는 처음엔 약 1미터, 나중엔 2미터 정도 혼자 ‘음~파!’ 하며 수영을 하는 연습을 한다. 처음엔 그저 물 속으로 가라 앉기만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재미가 있는지 자꾸만 해 보던 서현이는 급기야는 나더러 한 2-3미터 떨어진 곳에서 서 있어보라고 한다. ‘용기야 좋다만’ 다소 걱정이 되는 나는 서현이가 얼굴을 물 속에 넣으면 살짝 한발짝 앞으로 가 기다리곤 했는데, 이 녀석이 용케도 어쨌거나 헤엄을 치고 중간에 숨도 한번 쉬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는 뿌듯함과 자신감에 가득찬 표정으로 같은 연습을 몇번이고 반복했다. Monkey bar가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요 녀석 이러다 이제 정말 수영하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제는 아예 수영장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가 보겠다고 한다. 제법 한 5-6미터는 될 정도의 거리이다.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서현이는 나의 의심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정말로 끝까지 완주(?)를 하고 말았다. 이럴 수가… 마침 엄마도 함께가 지켜보고 있었기에 더 의기양양해진 서현이는 완주를 또 하고 또 하고… 이번에도 9시가 거의 다 되도록 수영장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귀여운 딸의 저 무서운 집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집념의 서현이!!!

서현아, 뭔가를 그렇게 열심히 도전해서 기필코 해 내는 것이 참 대견하구나. 서현이는 앞으로 뭘 하건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 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좀 살살하렴. 몸 상하지 않게. 알았지?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