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준이가 할 줄 아는 말은 ‘엄마’ 밖에 없었다. 물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 같은 말을 뭐라고 뭐라고 나름대로 유창하게(?) 하긴 하지만,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엄마’ 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준이는 그걸 아무대나 붙일 수 있는 대명사로 아는지 나한테도 ‘엄마’, 심지어는 누나를 부를 때도 ‘엄마’라고 불러서 가끔은 누나 친구들을 기겁하게 만들곤 했다. (“너 brother가 너한테 ‘누나’라고 불러?”)

그런데 요즘은 ‘아빠’도 제법 발음에 자신이 있어졌는지, 이젠 아무한테나 대고는 ‘아빠!’하고 부른다. 심지어는 엄마한테도. 으이그… 귀여운 것.

누나랑 닮아서인지 물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집에 있을 땐 틈만 나면 싱크대나 세면대에서 다리 걷어붙이고 노는 걸 좋아하고, 요즘은 밖에 나갔다하면 수영장에 가자고 졸라대는 통에 아예 항상 수영기저귀랑 수영복을 갖춰 입히고 나가곤 한다. 그런데 정작 수영장에 데려가면 진짜 물에 풍덩 들어가기 보다는 발을 담그고 파닥거리다가 나오고, 다시 들어가며 노는 걸 더 좋아한다. 아직 날이 덜 더워서 그런가?

전엔 밖에 나가면 ‘얘가 뭔 문제가 있나’ 걱정스러울 정도로 안아달라고만 하고, 어떻게 내려놓기라도 하면 발에 말뚝이라도 박은 양 한발짝도 안움직이고 다시 안아달라고 악을 쓰고 울더니만 요새는 비교적 잘 돌아다닌다. 특히 수영장과 놀이터 주변에서는. 하지만 아직도 그냥 잔디밭이나 다른 곳에서는 막무가내로 안아달라고 할 때가 많다.

신기하게도 누나랑은 달리 먹는 건 잘 먹는 편이다. 뭐 다른 집 애기들은 입에서 먹을 걸 떼지를 않아 걱정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뭐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누나에 비하면 먹는게 훨씬 좋다. 비빔밥이며 채소며, 심지어는 브로콜리도 아무렇지 않게 잘 받아 먹으니… 하지만 그래도 누나를 닮아서인지 맨밥도 좋아한다.

얼마전에 TV가 번개치던 날 맛이 가서 어디서 얻어놓은 낡은 TV를 임시로 쓰고 있는데, 이게 VTR 이랑 콤보다. 그래서 집에 처박혀있던 ‘뿡뿡이’ VHS 비디오를 틀어줬었는데, 애는 애인지, 아니면 프로그램을 정말 애들 수준에 맞게 잘 만든 것인지 뿡뿡이를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노래랑 율동을 나름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귀여울 따름이다.

놀기도 잘 놀지만, 고집도 세고 악도 잘 쓰고 특히나 누가 자기 물건 (뭐 사실 정말 자기것인지 아닌지는 별 상관이 없다) 아니면 자기가 관심있는 것을 만지기라도 하면 막 소리를 질러대서 좀 곤란할 때도 생긴다. 특히나 놀이터나 수영장 같은 공공장소에서… 뭐 그러면서 크는 거겠지?

그래도 얼굴이 아기 살이 빠지고 이젠 제법 꼬마 남자같이 생겼는데, 나랑 옷이라도 비슷하게 입고 나가면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아휴 귀여운 서준이… 건강하고, 착하게 쑥쑥 크렴. 알았지?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