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culture kid. 학교에 guest speaker가 와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고 갔나보다. 서현이가 늦게 퇴근해서 저녁을 먹는 내 곁에 앉아서, 3rd culture kid란 것에 대해 얘기해준다. 태어난 곳과 사는 곳이 달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느낌… 그러면서 자기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막 돌아왔을 때, 학교에서 아무도 자기 곁에 앉으려 하지 않아 슬펐던 느낌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서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는 있었지만, 그 슬픈 느낌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게 내 마음을 다시금 아프게 한다. 겨우 8살 때 일인데…
심지어는 사촌 언니들과 노래방에서 놀다가도 영어 발음 때문에 teasing을 당했다고… 하지만, 그게 자신에 대한 부러움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는데, 그게 날 더 미안하고 마음 아프게 한다.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었을거야. 아빠가 미안하다. 원인 제공자니까.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서현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래. 아빠 스스로가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 용감한 도전을 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너희들에게 그런 경험과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도 커다란 동기였단다. 서현이가 이렇게 바르게 자라주어 고맙고, 서현이가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때는 나도 힘들었지만, 그 경험들 덕분에 더 나은 내가 되었다‘라고 말할 수있다면, 아빠가 너무 고맙고 자랑스러울 것 같애.
그 얘기를 듣는 서현이 눈이 촉촉해진다. 안아줬더니 울어버린다. 한참을 안고서 토닥여줬다. 10년 전 JFK 공항에서 4개월만에 만나 만 세살도 안된 서현이를 한참동안 꼭 껴안았을 때가 생각이 났다.
서현이랑 이런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아직 그런 친밀감이 있다는게 감사하다. 그나저나 오늘 서현이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뭐였을까? 힘들었던 마음을 이해해줘서였을까?
어쨌건 서현아… 사랑해.
사랑하는 아빠가.